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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접목된 새로운 의료 솔루션, 임상 단계 진입”

관리자 2023-02-28 조회수 438


 

‘닥터 앤서 2.0’은 인공지능(AI) 정밀 의료 솔루션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280억을 들여, 2021년 4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3년 9개월간 진행하고 있다. 1월17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난 백롱민 사업단장(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은 “사업이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으며 순항하고 있다”라며 “데이터 축적과 AI 개발, 플랫폼 구축을 다 마쳤다. 이제 임상시험에 들어가면 된다”라고 말했다.


‘닥터 앤서 2.0’은 12개 질환의 예측, 분석, 진단, 치료, 예후관리 등 진료 전주기에 필요한 24개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서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먼저 병원별 전자의무기록(EMR), 영상, 유전체 등 다양한 의료정보를 학습 가능한 빅데이터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AI를 개발하고 이를 플랫폼에 얹어서 클라우드 서비스(SaaS) 및 병원정보시스템에 연동시켜야 한다. 그러면 의사 및 환자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30개 병원, 18개 기업이 참가했다. 대한민국의 주요 병원과 AI를 연구하는 대표 기업들이 거의 참여하고 있다.


백롱민 단장은 “이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를 거치는 과정만 남았다”면서 “그 과정을 거치면 이 의료기기들이 국민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단장은 성형의과의사이던 친형 백세민 교수를 보며 외과의사의 길로 들어섰고, 베트남에서 4000명의 기형 아동을 치료했다. 두 형제는 1989년, ‘세민얼굴기형돕기회’를 설립하여 해마다 100여명의 국내 얼굴 기형 환자를 무료 진료했다. 1995년에는 사단법인 세민얼굴돕기후원회를 설립했고 28년간 베트남 얼굴기형 환자를 무료로 진료하는 등 외국 환자도 돌봤다.


이런 공로로 오드리헵번 인도주의상(2014), 베트남 국가우호훈장(2016) 등을 수상했다.


그가 언제부터인지 ‘의료 패러다임 전환’을 외치는 이론가가 돼 있었다. 2022년 11월 백교수는 서경 바이오메디컬포럼에서의 주제강연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에 기반한 의료 패러다임 전환’을 주창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이란 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을 비롯한 스마트 기기, 데이터분석 기술, 매체 통신기술 등과 의료 분야를 융합하는 기술이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와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 에코시스템의 삼박자가 갖추어져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데이터 중심 혁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토양이 충분히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해 한 명의 유전체를 해독하기까지 20년 간 약 30억 달러를 투입해야 했지만, 지금은 24시간이면 끝나고 비용도 500달러면 된다”라는 예시도 들었다.


2022년 12월20일자 서울경제신문 기사에서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문제를 지적하면서 “의료 비용 증가율이 굉장히 가팔라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그러므로 AI가 접목된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다시 강조했다.


백롱민 교수가 국가적 프로젝트인 닥터앤서2.0을 지휘할 능력을 여러 차례 보여준 것이다. 그는 어떻게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 그리고 의료 체계에 대해서 전문가가 됐을까?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백교수는 1989년 친형 백세민교수가 있던 인제대 서울백병원에 근무하다가 2003년 분당서울대 병원으로 옮겼고 2019년 병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분당서울대병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003년에 개원할 때부터 종이 차트 없이 전부 전자의료 의무기록으로 즉 ‘디지털의료정보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말하자면 디지털 병원으로 타고난 병원이었다. 그런데 그 시스템도 낡고, 최신 기술들을 적용해서 다시 만들 필요성을 느껴 차세대 의료정보 시스템이라는 걸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부원장을 맡은 2008년 무렵부터 이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말하자면 성형외과 의사 백롱민이 진료부원장, 연구부원장, 병원장 직들을 맡으면서 병원의료정보시스템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디지털헬스케어의 전문가가 된 것이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어 실제로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된 게 이 무렵이었고, 그래서 우리는 다른 데보다 10년 앞서서 이를 실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20년 전만 해도 그게 일부 학자들이 부르는 노래였다. 우리는 남들 시작하기 10년, 15년 전에 먼저 시작해서 투자해서 ‘이렇게 하면 된다’라는 걸 직접 보여줬다. 그런 연장선에서 우리가 닥터 앤서 2.0을 맡아서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닥터앤서 2.0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을까? 디지털헬스케어 업계에서는 “기기를 만들어도 이를 쓸 수 있게 하는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수입이 없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업계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원격의료를 규제하고 있어서 미국이나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줄 상황이다”, “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 수가를 내리는 일은 있어도 올리는 일은 없다. 이렇게 하면 산업이 살아날 수 있겠는가” 등의 비판이 있다. 닥터앤서 2.0은 어떨까? 


백단장은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닥터앤서 2.0은, AI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거쳐서 식약처 인허가 받아 바로 쓸 수 있게 만든 사업이다. 식약처가 우리와 함께 어떻게 인허가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이 모든 걸 커버하기 때문에 의료보험 수가가 책정되지 않으면 기업이 돈을 받을 길이 없다”라고 보험수가의 문제를 언급하며 “닥터앤서 2.0이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보건의료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 하고 있는 사업이다”라고 덧붙였다.



 

수가를 정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말도 했다. “유럽도 AI 의료기기가 작년 재작년에 처음 쓰이기 시작했고, 지금 몇 개씩 보험 수가를 정하기 시작하고 있는 단계”라며 “처음 하는 것이니 당연히 시간이 걸린다”라는 것이었다.


그는 그러나 ‘원격의료’를 제한하는 법에 대해서는 “시간과 공간, 대상의 제한 없는 의료 제공을 막는 것”이라며 “필수적으로 가야만 하는 길에 정치적인 해석이 덧붙어 가로막혀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닥터앤서 2.0 이전에는 닥터앤서 1.0이 있었다. 여기에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 488억원이 투자됐고, 서울 아산병원을 중심으로 국내 26개 의료기관 및 22개 정보통신기술기업 등 총 1,962명이 참여했다. 1.0은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의 3대 암과 심뇌혈관질환, 심장질환과 치매, 뇌전증, 소아 희귀 유전질환까지 주요 8대 질환의 예측과 진단을 지원하는 21개의 소프트웨어로 구성됐다. 또 국내 38개 의료기관 141명의 의료진이 참여한 임상검증 과정에서 질병의 진단정확도 개선, 진단시간 단축 등 의학적 성과를 거두면서 AI 의료서비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21개 소프트웨어 중에 11개만이 보험 수가를 받았다. 닥터앤서 2.0은 이와 다를까? 백단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1.0은 많은 회사들이 생각하고 있던 혹은 개발하고 있던 소프트웨어가 잘 작동되는지를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그때만 해도 인허가의 정해진 절차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개발부터 인허가까지를 포함한 전 과정을 다 포괄한다. 또한 1.0은 대부분 3차 병원에서 쓰기로 했는데 우리는 1차 2차 병원까지 다 쓸 수 있도록 했다. 성공하면 1차 2차 3차 병원에서 전 국민이 실제로 혜택을 볼 수 있게 되고, 그럼으로써 의료AI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다.” 그는 “원래 데이터를 50만건 모으기로 했는데 실제로는 서너배가 더 모였다”라며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을 표시했다.


그런데 병원과 기업 그리고 식약처 등에서 진행되는 이 사업에서 백단장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24개 사업이 다 한꺼번에 잘 끝나도록 하는 게 제 일이다. 이게 그냥 개발이 되는 게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그러면 우리 사무국에서 어려움을 전부 다 해결해 주면서 전체를 주관하고 있다.” 그는 “2.0 사업을 하면서 스물 넷의 자식을 키우는 심정”이라면서 병원, 기업들과 매주, 매달 계속 미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형외과 의사 일과 사업단장 일을 병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나는 그에게 “성형외과 의사 일도 하고 계신 겁니까?”라고 물었고, 그는 “그렇습니다. 사람이란 게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라고 무심한 듯 답했다.


출처: https://www.themedical.kr/news/articleView.html?idxno=583[더메디컬=김왕근 기자]